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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혜리 작가의 개인전 ‘구름을 모아서’ 전시 소식입니다.
작성자 UARTMARKET|유아트마켓 (ip:121.138.18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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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3-04-25 17: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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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트스페이스에서는 2022년 12월 14일부터 2023년 1월 14일까지 김혜리 개인전 ‘구름을 모아서’를 개최한다.

 

이발소그림 참덕후의 해방일지

김혜리는 상투적 이미지들로 작품을 만든다. 눈 덮인 산이나 열대 지방의 해변을 담은 풍경화, 용맹하게 울부짖는 호랑이나 민화투의 잉어, 어느 유럽의 시골을 연상시키는 도식화된 들판 등 벽면의 곰팡이를 가리기 위해 붙여 놓은 백반집의 허름한 액자가 떠오르는 정체 모를 이미지들. 그림보다는 오히려 벽지에 가까운, 이른바 “이발소그림”들이다. 몇 년씩 이발소 그림 전문 화가에게 직접 스킬을 배워가며 고집스럽게 이 상투성을 재생산해내는 작업이 바로 그의 “예술”이다. 상투성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그것에 저항하거나 반박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릴 뿐이다. 상투성은 장마철 방구석에 꽉 찬 습기처럼 짜증을 유발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포기하게 만들어 버리는,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어버리는 감각이다. 그래서 좀처럼 질문을 받는 법이 없는 이 교묘한 상투성을 김혜리는 정면으로 부딪친다.

주로 이발소그림을 재현하는 쪽에 가까웠던 김혜리의 초기 작업은 그 상투성을 이용해 고급진 화이트큐브와 관광상품관 매대의 차이만큼이나 철저히 분리되었던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흐리는 것으로 읽혀왔다. 이발소그림 테두리에 액자를 그려 넣거나, 명화의 부분 부분을 칼로 도려내듯 잘라와 전혀 다른 맥락에 재배치하는 등 대략 2018~2019년 이전의 작업들은 비예술로 분류된 것들에 예술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그 기준을 비트는 시도로 보였다. 일단 한번 재고되자, 상투적 이미지들은 날개 단 듯 마음껏 부유하기 시작했다. 도상들은 레이어화되어 복붙되고, 그림들은 비스듬히 겹쳐 놓였으며, 프레임 사이사이에서 도상들이 빼꼼 삐져나오는가 하면, ‘벽지+그림+액자’라는 이발소그림이 걸린 풍경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예술과 비예술을 가르는 기준에 작은 돌멩이를 던지던 그가 이제는 체계로서의 예술을 놀잇감 삼아 한바탕 놀기를 선언한 것일까. 이발소그림을 몹시 좋아하던 그가 드디어 자신의 “저급”취향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해방의 단초를 찾은 듯 하다.

김혜리가 처음 이발소그림을 작품의 소재로 삼기 시작한 경위를 생각해보면 “해방”이라는 표현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에게 이발소그림은 현대미술에 적합한 기발한 소재로써 선택된 것이 아니었다. 대신, 어린 시절 도처에 놓여 있던 이발소그림들을 따라 그리며 느꼈던 일종의 안도감이나 현실 도피적 감각이라는 작가의 사적 경험이 그 시작이었다. 자작나무 숲과 폭포를 따라 그리며 놀다 보니 미술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던 그에게 새롭고 독창적인 무엇을 창조해내라는 아카데미의 주문은 몹시 생경했을 것이다. 김혜리의 취향을 인정받기에는 예술과 비예술을 가르는 공고한 경계에 세워진 미술 대학이라는 공간은 적절치 않았을지 모른다. 자책의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고군분투 끝에 결국 다시 이발소그림으로 돌아온 그는 이제 스스로를 “이발소그림 덕후”로 인정한다. 예수 초상화의 최신 트랜드, 청사과/붉은사과/황금사과 등 삼각지에서 유행하는 사과의 패턴, 그리고 ‘배경+산+나무+물+텍스트’로 주로 구성되는 기복적 이발소그림의 제작 원리에 대해 상기된 얼굴로 설명하는 작가는 참덕후가 맞기는 맞다.

곰브리치는 말했다. “예술 같은 건 없습니다. 예술가가 있을 뿐이죠. (There really is no such things as Art. There are only artists).” 결국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야말로 예술가의 일이고 그 자체가 바로 예술이 아닐까. 오랜만의 개인전인 만큼, 그간 작업의 정수를 모아 보여주는 이 자리가 한 발짝 더 김혜리다워지는, 그래서 더 예술적이 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김해다 (문화예술기획자, ㈜마인드디자인 아트디렉터)


첨부파일 [크기변환]김혜리 작가_구름을모아서_전시포스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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